플레이메이커(Playmaker): 축구 전술의 건축가

2025. 5. 15. 22:29축구 지식'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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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설계하고 흐름을 지배하는 ‘지능형 리더’의 모든 것

축구는 단순한 공놀이가 아닙니다. 11명의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하나의 예술을 만들어내는 고도의 전략 게임입니다. 그 중심에는 경기의 흐름을 설계하고, 패스 한 번으로 전세를 바꿀 수 있는 선수, 바로 **플레이메이커(Playmaker)**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플레이메이커의 정의, 역사, 유형, 현대 전술 속 변화, 대표 선수들까지 전문가의 시각으로 상세히 설명하겠습니다.



1. 플레이메이커란 무엇인가?

**플레이메이커(Playmaker)**는 말 그대로 경기를 ‘만들어가는 사람’입니다. 일반적으로 팀의 공격 전개를 주도하고, 창의적인 패스를 통해 찬스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맡습니다. 전통적으로는 중앙 미드필더 또는 공격형 미드필더(AMF)에 해당하며, 경기의 템포, 방향, 흐름을 조율하는 ‘지휘자’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메이커의 존재는 팀 전술의 수준과 다양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며, 이 한 명의 움직임에 따라 전체 전술이 변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합니다.



2. 플레이메이커의 기본 역할

● 패스 조율과 찬스 메이킹

플레이메이커는 수비와 공격 사이를 연결하는 중간 허브 역할을 합니다. 짧은 원투 패스부터, 공간을 여는 롱패스까지 공격 흐름의 출발점이 되며, 상대 수비의 간격을 찢는 킬패스를 자주 구사합니다.

● 경기의 리듬 조절

플레이메이커는 공격의 속도를 조절하며, 필요할 땐 천천히, 기회가 보일 땐 빠르게 템포를 끌어올립니다. 이를 통해 경기를 자신의 팀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 위치 이동과 공간 창출

자신의 위치를 자유롭게 이동하며 상대 수비를 혼란에 빠뜨리고, 공간을 창출해 다른 동료 선수들에게 기회를 제공합니다.

● 전술적 지능

플레이메이커는 뛰어난 전술적 이해도와 상황 판단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상대의 수비 구조를 빠르게 분석하고 그 약점을 공략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3. 플레이메이커의 유형

현대 축구에서는 플레이메이커의 역할이 다양화되고 있으며, 아래와 같은 유형으로 나뉩니다.

1) 전통적인 10번 (Classic No.10)
• 포지션: 공격형 미드필더(AMF)
• 특징: 창의력, 킬패스, 경기 조율
• 예시: 디에고 마라도나, 후안 로만 리켈메, 지네딘 지단

이 유형은 공을 오래 소유하면서 찬스를 만드는 클래식 스타일입니다. 자유로운 위치 이동과 테크닉이 장점입니다.

2) 딥라잉 플레이메이커 (Deep-Lying Playmaker)
• 포지션: 수비형 미드필더(CDM) 위치에 위치하지만 공격 시작을 담당
• 특징: 후방에서 롱패스, 경기 조율
• 예시: 안드레아 피를로, 토니 크로스, 사비 알론소

전통적인 10번이 전방을 책임졌다면, 이들은 후방에서 경기를 설계하는 전략가입니다. ‘레지스타’라고도 불립니다.

3) 포워드 플레이메이커 (False 9 / Second Striker)
• 포지션: 공격수 위치이지만 미드필더처럼 경기 설계
• 특징: 수비수를 끌고 나와 공간 창출, 패스 플레이
• 예시: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초기 False 9), 프란체스코 토티

포워드임에도 미드필더처럼 내려와 플레이를 만드는 하이브리드형입니다.

4) 와이드 플레이메이커 (Wide Playmaker)
• 포지션: 측면
• 특징: 중앙 침투, 크로스보다는 중앙 조율 중점
• 예시: 메수트 외질(아스널), 데브라이너(측면-중앙 자유 이동)

측면에 위치하지만 공을 가지고 중앙으로 들어오며 경기를 전개하는 유형입니다.



4. 역사 속 플레이메이커의 진화

● 1950~1980년대: 전통적 ‘10번’의 전성기

이 시기 플레이메이커는 공격형 미드필더 한 자리에 위치해 모든 공격을 만들어내는 ‘창조자’였습니다. 마라도나, 플라티니, 지코 등은 자유로운 역할을 부여받아 경기 흐름을 지배했습니다.

● 1990~2000년대: 피지컬 중심 전술과 마크 시스템

현대화된 수비 시스템은 ‘플레이메이커 말살 전술’을 통해 10번의 자유를 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플레이메이커는 후방으로 물러나거나, 측면이나 세컨 스트라이커로 이동했습니다.

● 2010년대: 다기능화와 분산화

현대 축구에서는 공격을 1인의 플레이메이커에게 맡기기보다는, 팀 전체가 플레이메이킹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변화했습니다. 따라서 전통적인 10번은 줄어들었고, ‘빌드업형 미드필더’, ‘와이드 크리에이터’, ‘다이나믹 미드필더’ 등 다양한 유형이 병존하게 되었습니다.



5. 현대 축구에서의 플레이메이커 역할 변화

● 다이내믹 미드필더 시대

현재는 미드필더 전원이 뛰어난 패스 능력과 활동량을 갖춘 다이내믹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합니다. 플레이메이커의 기능이 분산되고, 단일한 지휘관보다는 조직적인 전술 시스템이 플레이를 설계합니다.

● 전방 압박을 돌파하는 역할

하이프레싱이 대세가 되면서, 플레이메이커는 압박을 돌파하거나 역프레싱을 견딜 수 있는 테크닉과 판단력이 요구됩니다. 단순히 패스만 잘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 수비 기여도와 멀티 포지션 능력

현대의 플레이메이커는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해야 하며, 측면, 중앙, 후방 등 다양한 위치를 소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컨대 케빈 데 브라위너는 중앙, 측면, 전방 어디든 전술에 맞게 위치할 수 있습니다.



6. 대표적인 플레이메이커들

선수명시대특징
디에고 마라도나 1980~90 전형적인 10번, 창의력과 개인기
후안 로만 리켈메 1990~2000 느리지만 경기를 조율하는 천재형
안드레아 피를로 2000~2010 딥라잉형의 마에스트로, 롱패스의 달인
차비 에르난데스 2000~2015 패스 중심의 경기 운영, 높은 정확도
케빈 데 브라위너 2010~현재 현대형 다재다능 플레이메이커, 활동량+패스
브루노 페르난데스 현재 골과 도움 모두 가능한 공격형 미드필더
 

7. 플레이메이커를 중심으로 한 전술 구성 예시

● 4-2-3-1에서의 10번

  • 플레이메이커가 중앙에 배치되어, 더블 볼란치 뒤에서 자유로운 움직임을 보이며 패스를 전개합니다.
  • 주변 윙어와 포워드와의 연계가 중요합니다.

● 4-3-3에서의 하프 스페이스 활용

  • 플레이메이커는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며 공간을 창출합니다.
  • 피르미누(리버풀)는 False 9의 움직임으로 미드필더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 3-5-2에서의 레지스타

  • 3백 시스템에서 후방에 위치한 레지스타가 중앙을 설계합니다.
  • 수비 안정성과 공격 전환의 중심축이 됩니다.

8. 결론: 여전히 유효한 ‘경기의 건축가’

플레이메이커는 축구 전술이 어떻게 진화하든 결코 사라지지 않는 존재입니다. 전통적인 10번의 시대는 지났을지라도, 현대 축구는 여전히 창의적이고 똑똑한 설계자를 필요로 합니다.

팀 전술이 복잡해질수록, 이런 지능형 미드필더의 역할은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단지 ‘한 명의 천재’에 의존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다수의 플레이메이커들이 다양한 위치에서 서로 연결되며 팀 전체가 경기를 ‘만들어가는’ 시대입니다.

축구를 진지하게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볼란치와 함께 플레이메이커를 깊이 이해하는 것이 전술 전체를 꿰뚫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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