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란치(Volante)란 무엇인가?

2025. 5. 14. 07:00축구 지식'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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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축구의 보이지 않는 지휘관

축구는 단순한 체력 싸움이나 스킬 대결을 넘어, 전술적인 구조 속에서 각 포지션이 맡는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중에서도 팀의 중심축이자 전술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포지션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볼란치(Volante)**입니다. 수비와 공격 사이에서 중간지대를 조율하고, 상대 공격을 차단하며 팀의 흐름을 안정시키는 이 포지션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축구 전술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볼란치라는 용어의 유래부터 역할, 유형, 역사적 변화, 현대 축구에서의 위치까지 4000자 이상에 걸쳐 깊이 있게 분석해보겠습니다.



1. 볼란치의 정의

‘볼란치(Volante)’는 브라질 축구에서 시작된 용어로, 원래는 자동차의 ‘운전대(steering wheel)’를 의미합니다. 이는 이 포지션의 선수가 팀의 경기 흐름과 방향을 조율한다는 데서 유래한 표현입니다. 유럽에서는 이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포지션을 ‘수비형 미드필더(Defensive Midfielder, CDM)’라고 부르며, 스페인에서는 피보테(Pivote), 이탈리아에서는 레지스타(Regista) 등의 표현으로 세분화되기도 합니다.

쉽게 말해, 볼란치는 팀의 전방과 후방을 연결하고, 상대의 공격을 저지하며, 공격 전환의 출발점이 되는 중앙 미드필더의 수비형 버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볼란치의 기본 역할

● 수비 안정화

볼란치는 수비 라인 바로 앞에서 상대의 공격을 1차적으로 차단합니다. 주로 패스를 차단하거나, 경로를 좁히며 상대 플레이메이커를 마크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 중앙 공간 보호

중앙 미드필드는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입니다. 이곳을 장악하면 경기를 지배할 수 있기 때문에, 볼란치는 이 공간을 지키는 전술적 중심이 됩니다.

● 전환 플레이 연결

수비 후 공격으로 전환할 때 볼란치는 가장 먼저 공을 접수하고, 패스를 통해 방향 전환을 주도합니다. 빌드업의 시작점이자, 때로는 전방으로 날카로운 롱패스를 시도하는 선수입니다.

● 라인 커버와 포백 보호

공격 상황에서 풀백이 올라가면 수비 숫자가 줄어들게 되는데, 이때 볼란치는 자동으로 수비라인 뒤를 커버하거나 센터백 사이에 내려와 임시 수비수 역할을 수행합니다.



3. 볼란치의 유형

볼란치라고 해도 모든 선수가 같은 스타일은 아닙니다. 전술과 개인 능력에 따라 다양한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클래식 볼란치 (Pure Destroyer)
• 역할: 수비 특화, 공 차단, 경합, 태클 중심
• 특징: 체력, 투쟁심, 위치 선정이 강점
• 예시: 클로드 마켈렐레,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카세미루(초기 시절)

이 유형은 상대의 창의적인 공격수를 무력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며, 흔히 ‘파이터형’ 미드필더로도 불립니다.

2) 레지스타 (Regista, Deep-Lying Playmaker)
• 역할: 후방 빌드업의 중심, 패싱으로 경기 조율
• 특징: 시야, 패스 능력, 전술 이해도가 중요
• 예시: 안드레아 피를로, 토니 크로스, 세르히오 부스케츠

수비보다는 공 소유와 배급을 통해 팀의 공격을 주도하는 유형입니다. 플레이메이커이지만 위치는 수비형입니다.

3) 박스 투 박스형 (Hybrid Volante)
• 역할: 수비와 공격 모두 참여, 넓은 활동 반경
• 특징: 체력, 주력, 볼 운반, 멀티태스킹
• 예시: 요슈아 키미히, 일카이 귄도간, 누리 샤힌(전성기)

수비와 공격의 연결자이자, 필요할 때는 직접 전진하여 득점 기회를 만드는 활동량 중심의 볼란치입니다.

4) 앵커맨 (Anchor Man)
• 역할: 포백 앞에서 수비 라인 보호, 위치 중심의 플레이
• 특징: 간결한 패스, 위치 선정, 전술적인 통제
• 예시: 세르히오 부스케츠, 데클란 라이스

이 유형은 화려하진 않지만, 항상 그 자리에 있으면서 상대 플레이를 막고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숨은 공신’ 역할입니다.



4. 볼란치의 역사적 흐름

볼란치라는 포지션은 현대 축구에서 독립적인 역할로 자리잡기까지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 1950~1970년대 – 하프백 개념

이 시기의 미드필더는 공격과 수비를 겸하는 포지션이었지만, 전술이 세분화되면서 수비적인 역할에 집중하는 선수가 생겨났습니다. 브라질에서는 이를 볼란치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유럽에서는 점점 수비형 미드필더라는 개념이 도입되었습니다.

● 2000년대 – 마켈렐레 롤의 등장

클로드 마켈렐레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할을 극대화시킨 대표적 인물입니다. 그의 플레이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팀의 핵심으로 평가받았으며, 이후 ‘마켈렐레 롤’이라는 용어가 생겨났습니다.

● 2010년대 – 피를로식 레지스타와 하이브리드화

이탈리아의 안드레아 피를로는 수비형 위치에서 패싱 능력을 통해 팀 전체를 조율하는 ‘레지스타’ 개념을 정착시켰습니다. 이후 크로스, 모드리치, 알론소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동시에 키미히처럼 공격과 수비를 모두 아우르는 ‘하이브리드형’ 볼란치도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5. 현대 축구에서 볼란치의 위상

● 빌드업의 출발점

현대 축구는 빌드업이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골키퍼와 센터백, 그리고 볼란치가 협력해 후방에서부터 차근히 공격을 전개하는 방식이 주류가 되었으며, 볼란치는 이 전환을 매끄럽게 만드는 핵심입니다.

● 압박 회피와 공간 창출

하이프레싱이 대세가 된 현대 축구에서 볼란치는 전방 압박을 벗겨내는 전환 패스와 드리블 능력도 요구받습니다. 시야와 판단력이 좋고, 수비를 제치며 경기를 풀 수 있는 선수가 성공합니다.

● 다양한 전술 내 변화 가능

볼란치의 존재는 전술의 전환을 가능하게 합니다. 예를 들어,
• 4-3-3에서 4-2-3-1 전환 시 더블 볼란치로 재구성
• 3백 시스템에서 CB 옆으로 내려와 ‘3+2’ 형태의 빌드업 라인 형성
• 4-1-4-1에서 단독 CDM으로서 피벗 역할 수행



6. 대표적인 볼란치 선수들
• 세르히오 부스케츠 (스페인)
포지셔닝과 전술 이해도가 뛰어난 앵커맨형 볼란치
• 안드레아 피를로 (이탈리아)
레지스타의 대표주자로, 후방에서 경기 조율
• 카세미루 (브라질)
수비 능력에 공격 전개까지 겸비한 현대형 볼란치
• 조르지뉴 (이탈리아)
피보테 역할에 최적화된 패스 중심형 볼란치
• 요슈아 키미히 (독일)
수비와 공격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형



7. 결론 – 전술의 심장, 볼란치

볼란치는 그야말로 ‘보이지 않는 손’과 같은 존재입니다. 이 포지션의 선수들이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면 팀은 공격도, 수비도 불안정해지며 경기의 흐름을 놓치게 됩니다. 반대로 뛰어난 볼란치를 보유한 팀은 언제나 경기의 중심을 잡고, 유연한 전술 운용이 가능합니다.

오늘날 축구는 기술뿐만 아니라, 전술적 깊이가 요구되는 시대입니다. 그런 흐름 속에서 볼란치는 전술의 핵심 축이자, 팀 전체를 조율하는 지휘자로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골이나 화려한 드리블은 없지만, 경기를 지배하는 진짜 힘은 바로 이 보이지 않는 미드필더들에게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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